감정가 14억 원짜리 건물이 4회 유찰 끝에 최저가 4억 8천만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숫자만 보면 심장이 먼저 반응합니다. 저도 이 물건 처음 봤을 때 "이거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경매 현장에서 몇 년 굴러다녀 보면 그 첫 반응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오늘은 수원 장안구 송죽동 상가주택 경매 물건을 두고, 괜찮다는 쪽과 조심해야 한다는 쪽, 두 시각을 함께 놓고 따져보겠습니다.

왜 이 자리인가 — 입지분석
수원 장안구 송죽동은 비역세권입니다. 이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역세권이 아닌 자리라고 해서 입지가 나쁜 것과는 다른 얘기입니다. 장안구청, 학교 용지, 만석공원이 인근에 있는 지역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자리입니다. 저는 이 동네를 어느 정도 아는데, 허허벌판이 아니라 정주 인구가 실제로 거주하는 주거지입니다. 상가주택에서 월세를 받으려면 결국 '사람이 사는 동네'여야 하고, 그 기본 조건은 충족한다고 봅니다.
2014년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이라 준신축급으로 분류됩니다. 토지 면적 약 60평에 연면적 약 163평 규모입니다. 연면적(延面積)이란 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을 모두 합한 수치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60평짜리 땅에 163평짜리 공간이 얹혀 있는 구조로, 다가구·상가 혼합 건물로 월세 수입을 분산해 받을 수 있는 세팅입니다. 주변 일반 매물 시세와 비교했을 때 경매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인 건 사실이고, 그 가격 차이가 이른바 안전 마진(Safety Margin), 즉 실제 가치 대비 낮게 매수해 손실 위험을 줄이는 버퍼 역할을 합니다.
다만 비역세권이라는 조건은 향후 매각 시에도 계속 따라붙습니다. 월세를 잘 받는 것과, 팔고 싶을 때 살 사람이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역 내 아파트 시세 동향은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진짜 리스크는 여기 있다 — 위반건축물
이 물건이 4회나 유찰된 이유를 단순히 "시장이 몰라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습니다. 시장은 이미 네 번에 걸쳐 "이 조건에 이 가격도 부담스럽다"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그 핵심에는 위반건축물 문제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공부(公簿), 즉 건축물대장 상 2층은 '사무소'로 등재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주택으로 사용 중입니다. 그리고 4층에는 무단으로 방을 쪼개 호실 수를 늘린 증축이 이뤄진 상태입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위반건축물에 해당합니다. 위반건축물이란 건축법이 정한 용도·구조·면적 기준을 벗어난 채 사용 중인 건물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적발 시 과태료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행강제금(履行强制金)이 문제입니다. 이는 위반 상태를 시정하지 않으면 매년 반복해서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입니다. 한 번 맞고 끝나는 벌금이 아니라, 위반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해마다 쌓이는 구조입니다. 수익률 계산에서 이 비용이 빠져 있다면 숫자는 실제보다 좋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반건축물 양성화 관련 법안 움직임이 있으니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해당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아니 통과가 되기는 할지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매수 근거로 삼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습니다.
- 2층 공부상 용도: '사무소' — 실제 현황: 주거 용도로 사용 중 (건축물대장 용도 불일치)
- 4층 무단 방 쪼개기: 건축 허가 없이 호실 수를 늘린 불법 증축 상태
- 이행강제금: 위반 상태 지속 시 매년 반복 부과 — 수익률 계산 시 반드시 차감 필요
- 양성화 법안: 현재 국회 논의 중이나 통과 시점 및 적용 범위 불확실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제가 주변에서 본 사례 중에도, 위반건축물인 줄 알면서 낙찰받고 명도까지 마쳤는데 이행강제금이 연속으로 나와서 수익률이 완전히 뒤집힌 경우가 있었습니다. 경매 물건의 겉모습보다 행정 이력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들어갈 것인가 — 수익률 냉정하게 보기
저는 이 물건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소액으로 건물주 된다"는 로망이 판단을 흐릴 때가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좀 더 냉정한 숫자부터 보자는 겁니다. 경매 입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입찰가를 감정적으로 높게 쓰는 것입니다. "나만 아는 물건"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입찰 당일에 열 명은 됩니다. 제가 직접 경매 기일 현장에 가본 경험상, 이런 물건일수록 봉투가 많이 들어옵니다. 낙찰가는 생각보다 올라가 있습니다.
임대수익률(Cap Rate)을 따질 때는 순영업소득(NOI), 즉 임대 수입에서 공실, 관리비, 수선비, 이행강제금 등 모든 비용을 뺀 실질 수익을 낙찰가로 나눈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여기서 NOI(Net Operating Income)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운영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남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위반건축물 이슈가 있는 물건이라면 이 비용 항목이 일반 물건보다 훨씬 불확실하게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죽동 일대의 주거 수요가 탄탄하고 163평 연면적에서 나오는 임대 세대 수를 감안하면 월세 흐름 자체는 매력적인 구조입니다. 한 번 제대로 세팅되면 꽤 오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단, 그 전제는 입찰가를 시세보다 무리하게 높게 쓰지 않는 것, 그리고 위반건축물 리스크를 비용으로 선반영해 두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 두 가지를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저는 매번 반신반의합니다.
결국 이 물건은 "살 만한가, 아닌가"로 단순하게 나눌 수 없습니다. 입지는 분명히 장점이 있고, 가격 하락폭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위반건축물 리스크와 비역세권 출구 전략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변수입니다. 소액 건물주 로망을 자극하는 물건일수록 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물건에서 후회가 나오는 건 매수 자체보다, 준비 없이 들어갔을 때입니다. 관심이 있다면 건축물대장 열람, 이행강제금 부과 이력 확인, 위반 양성화 법안 진행 상황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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