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계약의 75.1%가 월세로 채워졌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꽤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빌라나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 네 명 중 세 명이 월세라는 뜻인데, 이건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사실상 구조적 전환입니다.
임대차 시장, 왜 월세로 쏠렸나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된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맞물려 있습니다. 하나는 전세사기, 다른 하나는 고금리입니다.
전세사기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도록 집주인이 허위 계약이나 다중 담보 설정 등을 통해 보증금을 가로채는 범죄 유형입니다. 2022~2023년 인천과 서울 일대에서 대규모 피해 사례가 연이어 터지면서, 비아파트 전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습니다. 저도 당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이 정도면 전세는 사실상 비아파트에서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이 겹쳤습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를 유지하는 비용 자체가 커졌고, 집주인 입장에서도 높은 보증금을 관리하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 월세 전환에 동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비아파트 신규 공급도 문제입니다.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탄력성이란 임대료 상승에 맞춰 신규 물량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나오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공사비와 토지비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빌라와 오피스텔의 신규 착공이 줄고 있고, 이는 공급탄력성을 크게 낮춥니다. 공급이 줄면 임대료는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비아파트 평균 월세는 56만 2,000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출처: 서울경제).
수치로 드러나는 주거 양극화의 실체
"월세가 늘었다"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단순히 임대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계층 간 주거비 격차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입니다.
주거비 부담률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거비 부담률이란 가구 소득 대비 주거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30%를 넘으면 주거 빈곤 상태로 분류합니다. 소득 하위 1 분위 가구, 즉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의 경우 보증금의 절반만 월세로 전환되어도 주거비 부담률이 29.4%까지 치솟습니다. 30% 선을 사실상 턱밑까지 밟고 있는 수치입니다.
반면 아파트 거주자는 상대적으로 이 충격에서 한 발 비켜서 있습니다. 아파트는 전세 공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전세보증보험(HUG 보증) 등 제도적 안전망도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세보증보험이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해 주는 제도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입니다. 비아파트에도 이 제도가 있지만, 전세사기 사태 이후 가입 요건이 강화되면서 실질적인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아파트 전세를 유지하고, 소득이 낮을수록 비아파트 월세로 밀려나는 구조. 이게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이 그리고 있는 그림입니다.
주거 양극화가 심화되는 배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비아파트 전세 기피 심리가 확산되며 월세 전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짐
- 신규 비아파트 공급 위축으로 월세 물량 자체가 부족해지면서 임대료 상승
- 저소득층일수록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률이 아파트 거주자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
-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비아파트 세입자의 제도적 보호막이 약화
복지 정책, 실질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급 확대와 주거복지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도 그 방향에 동의합니다. 다만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 너무 당연하게 들릴 수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를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이 목표 대비 10.4%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정부나 LH 등 공공기관이 기존 주택을 직접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공급 부족의 원인이 의지 부족이 아니라 경직된 매입 기준에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공사비와 토지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 민간 물량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을 편성해도 실집행이 안 됩니다.
주거급여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거급여란 저소득 임차 가구에게 실제 임대료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복지 제도입니다. 문제는 지원 상한액이 실제 시장 임대료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평균 월세가 56만 2,000원인 시장에서 급여 기준이 수년 전 수준으로 묶여 있다면, 지원받는 금액과 실제 내야 하는 임대료 사이의 간격은 세입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합니다.
주거급여 확대와 매입임대주택 매입 기준 현실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여기서 속도의 문제를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데이터를 보면서 느낀 건, 정책이 시장보다 항상 반 발짝 느리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비아파트 수요는 구조적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출처: 통계청).
정리하면, 지금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공급 확대, 주거급여 현실화, 그리고 매입임대주택 기준 개편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월세화의 충격은 결국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집중될 것입니다.
월세 비중 75%라는 수치가 단순한 시장 통계로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숫자 뒤에는 소득의 30%에 가까운 돈을 주거비로 내고 있는 서민 가구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과 복지 양쪽을 동시에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지 않으면, 주거 사다리는 점점 더 높은 곳에만 놓이게 될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임대차 시장 흐름을 꾸준히 살펴보시고, 주거급여 수급 자격 여부는 복지로(www.bokjiro.go.kr)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또는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627380?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