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금을 손질하면 집 없는 사람이 숨통이 트인다고들 합니다. 저는 요즘 전세 매물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그 말이 얼마나 현실과 다른지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세제개편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드는 이유,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매물 잠김, 정말 세금 때문인가

일반적으로 다주택자 세금을 올리면 보유 부담이 커져 매물이 쏟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최근 두 달 가까이 서울 근교 전세를 찾아다녔는데, 부동산 앱을 열 때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은 이미 나가고 없고 남은 건 1년 전보다 20~30% 가격이 오른 것들뿐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매물 잠김 현상이란 집주인이 세금 부담이나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매도·임대를 꺼리면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은 존재하는데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겁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매입 등록임대 아파트가 이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직접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등록임대 다주택자에게 엑시트(시장 퇴출 기회)를 줘 서울 아파트 약 6만 8,000 가구가 매매시장에 풀리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숫자만 보면 공급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보니, 그 집들이 매매시장으로 나온다고 해서 제가 살 전세 매물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습니다.
보유세 강화, 누구에게 칼날이 향하는가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다주택자·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 + 종합부동산세) 강화
- 비거주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여기서 보유세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합쳐 부르는 말입니다. 매년 일정 금액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유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집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소득세 계산 시 과세 대상 금액을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거주하지 않는 1 주택자에게 이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 이번 개편 방향입니다.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실거주도 하지 않으면서 세제 혜택까지 누리는 건 형평성 문제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 부담이 커지면 거래가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양도세)란 부동산 등 자산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 부담이 높으면 집주인 입장에서 차라리 안 파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세금으로 매물을 강제로 풀려다가 오히려 매물이 더 잠기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과거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단기적으로 매물이 줄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임대공급 공백, 피해는 결국 세입자에게
저는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서 이 문제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서울 근처에 살아야 하는데, 전세는 씨가 마르고 월세는 부담스럽고, 매매는 엄두도 못 낸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가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란 임대인이 일정 요건을 갖춰 지자체에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 인상률과 의무 임대기간을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보호 장치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 혜택을 대폭 줄이면 집주인들이 더 이상 등록임대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등록임대 주택이 매매시장으로 쏟아지면 임대 물량은 그만큼 줄어들고, 남은 전세·월세 가격은 오히려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다주택자 규제로 이미 임대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등록임대까지 매물화되면 임차인 보호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서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출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신뢰입니다. 등록임대 제도는 정부가 직접 "등록하면 혜택 준다"고 유도해서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그 약속을 중간에 거둬들이면 다음번엔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시장이 믿지 않게 됩니다. 정책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세제 신호를 보내도 시장은 엉뚱하게 반응하고, 그 혼선의 피해는 항상 집 없는 쪽이 더 크게 받습니다.
세제개편은 분명 필요합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등록임대 혜택을 줄여 매매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임대 공급 공백을 동시에 만들어낸다면, 그 빈자리를 채울 보완책이 반드시 함께 나와야 합니다. 공공임대 확대나 대체 임대 공급 방안 없이 세금 조이기만 앞세우면, 정책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치이는 건 집 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29/0000509759?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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